Legras et Haas
와이너리 방문 — 'Les Sillons' 2017
Chouilly Grand Cru · 100% Chardonnay · 약 7년 이스트 숙성 · Brut Nature
이번 샴페인 출장에서는 소믈리에분들과 함께 Chouilly의 Legras & Haas를 방문했다. 여러 뀌베를 한자리에서 비교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1959년 샴페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Legras 가문은 400년 가까이 Chouilly에서 포도를 재배해왔고, 1991년 François Legras와 Brigitte Haas가 지금의 메종을 설립했다. 현재는 세 아들 Olivier, Rémi, Jérôme가 함께 운영한다. Chouilly에만 약 18ha, 35개 파셀의 Chardonnay를 경작하며 Vitryat와 Les Riceys 등에도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Côte des Blancs 최북단 Grand Cru인 Chouilly는 Chardonnay의 부드럽고 넓은 질감이 흥미로운 마을이다. 오래전 바다였던 지역에 퇴적된 백악질 석회암이 토양의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포도밭마다 그 위에 쌓인 점토와 모래의 비율, 표토의 깊이가 다르다. 같은 Chouilly라도 어떤 밭의 포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와인의 무게와 산도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수평 시음. 여러 가지 와인을 천천히 동시에 테이스팅했는데 Intuition과 Les Visions, Exigence, 2018·2020 빈티지, 리저브를 이어온 Cuvée π, 17개 Grand Cru의 포도를 한데 모은 공동 프로젝트 C17 2018까지 놓여 있었다. Intuition의 친근한 과실에서 시작해 Chouilly Chardonnay의 크리미한 질감, Exigence에서 Pinot Noir를 잘 보여주는 구조감, π의 여러 수확 연도가 쌓인 깊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Les Sillons 2017.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역시 평소부터 좋아하던 Les Sillons 2017이다. Chardonnay 100%의 Chouilly Grand Cru이지만, 이번 2017은 이전 릴리즈들과 포도밭이 다르다는 점이 특별하다. 기존 Les Sillons는 Derrière Partelaine에서 만들었으나, 2017은 예외적으로 Les Terres du Mont Aïgu의 포도를 사용했다.
Foudre와 배럴에서 양조·숙성하고 셀러에서 약 7년을 보낸 뒤 도사주 없이 Brut Nature로 출시했다. 풍미는 레몬 껍질과 노란 사과, 약간의 생강과 향신료, 브리오슈와 구운 빵으로 이어진다. 입안에서는 생각보다 넓고 크리미한 질감이 있지만 산도와 백악을 연상시키는 건조한 재질감, 기분 좋은 짠맛이 마지막을 길게 잡는다.
단순히 나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James Suckling 95점, Jancis Robinson 17+점, Decanter 92점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논의했는데, 특히 Legras & Haas가 이야기하는 가스트로노미는 단순히 샴페인을 식전주로 마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Les Sillons의 산도는 버터에 구운 관자나 생선 요리의 지방을 정리하고, 긴 효모 숙성에서 오는 고소한 풍미는 숙성 콩테나 파르미자노의 감칠맛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굴과 함께라면 와인의 짠맛과 해산물의 염분이 겹치면서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1959년. 현재의 Legras & Haas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물려준 와인을, 67년이 지난 지금 소믈리에들과 함께 마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큰 기쁨이었다. 오래된 샴페인은 단순히 기포가 얼마나 남았는가보다 한 병이 시간을 견디며 어떤 와인으로 변했는지를 만나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날 가장 좋았던 것은 서로 다른 샴페인의 완성도만이 아니었다. 가족이 이어온 시간과 한 마을의 포도밭, 그리고 그 와인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Les Sillons 2017은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Chardonnay 샴페인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오래된 샴페인은 기포가 얼마나 남았는가가 아니라, 한 병이 시간을 견디며 어떤 와인으로 변했는지를 만나는 경험이다."
— Champagne Uncle











